소설 <종의 기원>은 소설 작가 정유정이 2016년에 출간한 장편소설로,
실제 사이코패스 유영철과 박한상을 모티브로 주인공을 구상했다고 한다.
목차
프롤로그
1부 어둠 속의 부름
2부 나는 누구일까
3부 포식자
4부 종의 기원
에필로그
작가의 말
대략적인 줄거리(스포O)
피 냄새가 잠을 깨웠다.
코가 아니라 온몸이 빨아들이는 듯한 냄새였다.
주인공 유진은 피 냄새에 잠을 깬다. 이는 평소 유진의 발작 전 신호였다.
전날 러닝을 하고 집에 언제 들어와 어떻게 잤는지도 기억이 나지 않는 상태.
그런데 결국 유진이 맡은 피 냄새는 발작 신호가 아닌 진짜 피 냄새임을 알게 된다.
어머니를 살인한 사실을 기억하지 못했던 유진은
전날 밤에 있었던 기억을 더듬어보려고 노력한다.
그런 과정에서 어둠 속에서 들리는 듯한 어머니의 목소리.
기억의 끝에 결국 유진 자신이 살인을 저질렀다는 것을 알게 된다.
유진은 집을 정리하고 청소하면서 증거인멸까지 시도한다.
이러한 범행을 의심했던 이모는
유진이 살해한 어머니의 시체를 확인하게 되고
유진은 이모도 살해한다.
자신의 편이라고 믿었던 해진(죽은 형을 대신한 양자)이
어머니와 이모를 살해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자수하자고 말하지만,
유진은 그런 해진마저 죽인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난 후,
범인은 죽은 해진으로 종결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유진.
잘 곳을 찾아 무작정 걷기 시작한다.
인상적이었던 책 속의 문구
조금만 기다리지 그랬어.
내가 사라질 동안만 참지 그랬어.
책의 내용에서 유진이 살인한 사람만 5명이다.
유민(친 형), 어머니, 이모, 해진, 오뎅(젊은 여자).
이 사람들을 모두 살인할 때 유진은 일말의 죄책감도 느끼지 않았다.
오히려 살인한 행동을 합리화하는 모습이었다.
나는 어머니의 겨드랑이 밑을 잡아서 주방 입구로 끌어다 눕혔다.
손을 가슴에 모아주고 몸을 일으키자 무의식 속에서 작별 인사가 튀어나왔다.
"안녕히 주무세요."
유진은 어머니를 살해하고 주방 입구로 끌어다 눕히고는
"안녕히 주무세요."라고 말하고 방에 들어와서 잔다.
이 부분을 읽을 때 나도 모르게 '미친 놈'이라는 소리가 절로 나왔다.
어떻게 사람이 살인을 저지르고 '안녕히 주무세요'라는 말이 나올 수 있을까.
음악은 정점으로 치달아가고, 나는 발로 박자를 맞췄다.
평소보다 훨씬 흥분하고 들뜬 상태였다.
유진은 '오뎅'이라는 여자를 살해하기 직전에
노래를 들으며 흥분하고 들뜨는 기분을 느낀다.
보통의 사람이라면 이해할 수 없는 행동들이었다.
저 상황에서 노래를 들으며 들뜨고 흥분한다고?
나또한 이해할 수 없었고,
아니, 이해하고 싶지도 않았다.
나는 '오뎅'이 돌아보면 멈추고,
움직이면 나를 충분히 느낄 만한 거리로 따라붙었다.
장작개비는 돌아볼 기미조차 없었다.
내 기척을 느끼지 못하는 모양이었다.
젊은 여자를 '오뎅'이라고, 이모를 '장작개비'라고 표현한 점에서도 소름 돋았다.
사람 자체로 보는 것이 아닌 사물로 인식하는 것 같아서였다.
그래서 더 살해하기가 쉽지 않았을까?
한 줄 평
책을 편 독자들에게 마냥 즐겁지만은 않은 여정이 될지도 모르겠다.
그렇기는 하나 이야기 자체로서, 혹은 예방주사를 맞는다는 기분으로 부디 즐겨주었으면 감사하겠다.
- 작가의 말 中
'피 냄새'로 시작해서 '피 냄새'로 끝나는 책.
마냥 즐겁게 읽을 수는 없었다.
다 읽고 나서 책장을 덮었을 때에는 책 자체에서 피 냄새가 나는 듯 했다.
살인을 저지르는 과정과 그런 주인공 유진의 심리 상태를 너무 잘 묘사하고 있어서 소름이 돋은 것도 사실이다.
타인의 목숨은 가볍게 여기면서 정작 자기 자신은 살기 위해 발버둥 치는 모습이 역겹게 느껴지기도 했다.
증거 인멸을 하고, 자신의 범행을 알게 된 사람들을 다 살해하고, 마지막엔 도망치기까지.
이런 사이코패스가 인구의 1%나 된다니 놀라울 뿐이다.
우리 모두 깊은 무의식 속에는 어두운 본성이 존재한다.
다만, 이것을 행동으로 옮기지 않고 무탈하고 무해한
보통의 사람으로 살아가기를 간절하게 바라고 싶다.